사업시작 2년차즈음때 이야기이다. 간판을 제작하는 작은 업체를 차려 운영하던 중에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시내의 커피숍을 개업하려는 고객을 소개 받아 상담을 하게 되었다.

  마르고 차가와 보이는 외모! 아니나 다를까 군장교로 전역한지 얼마되지 않은 이분 또한 사업 초년생이었다. 까칠한 외모답게 "저는 포병출신이라 간판의 각도에 따라 광고효과가 틀릴거라고 판다된 다"며 시공위치를 계속 바꾸며 무척이나 우리를 힘들게 하였던 것이 첫만남이었다.

  그후로 이분도 열시미 사업을 하고 가끔씩 광고물이 필요하면 나를 불러 일을 의뢰해 주었다.

  사업 초년생은 누구나 느꼈을 거래처와의 스트레스를 한참 느낄때 이분일을 마치고 돌아 올때 다른점을 하나를 느낄수 있었다. 액수가 크든 작든 하얀 편지봉투에 깨끗이 정리된 지폐. '에이~ 사회 초년생이라'그러던 마음을 10여년이 지난 지금 틀렸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어려운 가운데 그분과 서로 마음을 터놓고 사장님에서 형님으로 이제는 형으로 부를 만큼 가까와졌고, 간혹 쉬는날 아이들과 시내에 가면 꼭 들리고 그때마다 형은 바가지만한 빙수 를 만들어 주는 고마운 형이 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힘들게 사업을 시작한 나에게 사업확장이라는 좋은 기회가 왔을때였다. 자금의 고민이 깊어 가던 중 내 이야기를 들었는지 그형이 나를 부르더니 묻지도 않던 말을 내게 해주는것이 아닌가 "동생 열시미 사는 모습이 좋아 보여서.. 내게 여유돈이 있 는데 얼마 안되지만 이거가져다가 쓰고 좋아지면 천천히줘"하며 통장을 내밀어 주는것이 아닌가! 아무런 조건도 없이, 아무런 관계도 아닌 나를 무엇을 보고, 내가 필요하다는 이 야기도 안꺼냈는데... 나를 나를 믿어주나...

  그후로 이전을 하고 사업이 차츰 나아져서 제일 먼저 형돈을 값아주고 2년후 더 큰 곳으 로 이전 하려는 데도 더 큰돈을 아무 조건없이 믿음이라는 고마움과 함께 도와 주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제 사업이 안정되었고 그때 일을 더듬어 본다.

  항상 깨끗한 봉투에 반듯하게 펴서 넣어준 형! 본인도 어려우면서도 어려운 공사면 꼭 밥 값이라며 챙겨주는 고마운 나의 고객님! 그런 형의 얼마전 떨리는 목소리로 대장암 말기 판정 받았다는 소리를... 오늘은 9시간 항암제 투여를 받는 형을 찾아가 형수를 들어가 쉬게 하고 한참을 이야기 를 나누다 돌아 왔다. 연로한 홀어머니 고1,중3 딸, 초4 아들... 엇그제는 함께 목욕탕을 갔는데 "이 와이셔츠가 20년 된거야"하며 셔츠를 보여준다...